June 16th, 2021
10:31 pm- 11:32 pm
어제의 명상은 앞의 두 번의 명상과는 조금 달랐다.
명상 중에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나서 엉엉 울어버렸다. 돌아가신 지 벌써 햇수로 7년째라 여전히 너무 그립긴 하지만 그래도 많이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.
캐나다에 와서 누구보다 특히 아버지가 여기 오셨으면 참 좋아하셨을 텐데 하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다. 식물 가꾸는 것도 좋아하시고 동물, 자연도 좋아하셨던 분이라 여기서 다 같이 함께 살면 정말 행복할 텐데.. 그 생각이 갑자기 명상 중에 들었다.
나에게 아버지는 무조건 적인 사랑이 무엇인지 정말 느끼게 해 주셨던 분이다. 성장과정 동안 어머니에게 느꼈던 결핍을 아버지가 계셨기에 그나마 채울 수 있었다.
누구보다 가장 사랑했던 아버지를 잃은 이 상실감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엉엉 울었다. 이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이런 상실감을 줄만한 행복한 관계 자체를 아예 추구하지 않는 내 모습을 보게 됐다. 그래서 아픔은 없지만 행복도 없다.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되뇌며 계속 울다가, 만약 이 상실감을 겪지 않아도 된다면 그렇다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았다.
사실 난 함께 행복을 나누는 친밀한 관계를 원하고 있었다.
상실감과는 별개로 인간관계에서 항상 스트레스를 받아왔던 터라 혼자가 편하다고 늘 생각해왔지만, 그래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친밀한 관계에서 오는 행복을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.
마음공부를 하면서 두려움을 기반으로 한 선택(fear based decision)이 아닌 사랑과 행복을 기반으로 한 선택(love based decision)을 하려고 노력해왔지만 사실 나는 아직도 두려움을 기반으로 한 선택을 해오고 있었음을 깨닫게 됐다.
만약 다시 태어나 선택할 수 있다면, 같은 결말일지라도 아버지와 함께하는 삶을 택할 것이다.
여기까지 오고 나니 마음을 짓누르던 슬픔이 사라지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.
두려움과 불안으로 억눌러놓아 평소에는 알아차리기 힘들었던,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게 된 시간이었다.
놀라웠다.
명상을 하면 진정한 나를 만나게 된다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. 평소에 이렇게 슬픔이 올라왔다면 그냥 한번 엉엉 울고 지나갔을 것이다.
명상을 계속하다 보면 이렇게 또 다른 내 모습을 발견해 갈 수 있지 않을까. 명상의 시간이 이제 기대가 되기 시작한다.
댓글